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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안철수는 완전 철수로 본인의 정치생명을 끝냈다

by 이슈 관찰자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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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책을 좀 보다가 잠들기 전 잠시 열어본 휴대폰에서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 뉴스를 접했다. 사실 대선 막판의 변수로 부상할 수도 있을 거란 예상을 했던터라 별로 놀랍진 않았다. 다만, 안철수라는 정치인에게 상당히 실망했다. 결국, 안철수는 또 한번 '철수'하므로써 '완전 철수'를 선택했다.

ⓒ 중앙일보

난 안철수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본다. 이 단일화에 합당과 또 다른 알파를 약속받았다 생각하겠지만 국민의 힘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아마도, 정치적 기반이 약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염려해 안철수에게 합당을 조건으로 하자 밀었을테고, 안철수 역시 현재 본인의 한자리수 지지율로는 선거자금 보전도 못받을 것이 뻔하고 그 상태로 완주를 하면 국민의당에 남아있는 의원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 전북일보 정윤성의 기린대로

 

하지만, 이 선택은 선거의 성패를 떠나 국민의당과 안철수에겐 종말의 신호탄이 될 확률이 높다. 왜 그런지 이유들을 정리해 보겠다

 

1. 국민의 힘은 믿을만한 종자(?)들이 아니다

국민의 힘이 어떤자들인가. 그들이 말장난에 넘어가면 안되는 것이었다. 보나마나 내년 총선에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게 몇 자리 공천을 약속 했을테지만 이는 국민의힘이 해온 그간의 행적을 보았을 때 공천룰을 슥- 바꾸며 약속을 깨버릴 것이고, 윤석열이 당선되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할수 없다는 명분으로 나몰라라 할것이다.

 

ⓒ 뉴시스

 

안철수에게는 백지수표를 건냈다고 하는데, 안철수가 지자체 단체장 정도를 요구했을리 없고 최소 총리급의 인사나 차차기 대권 자리를 약속받았을 확률이 높다. 여기엔 어패가 있다. 총리급의 자리를 요청했을 경우 인사청문회 상에서 야당의 반대나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해 '반대여론'을 조성, 새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명분으로 내쳐질 확률이 높다.

 

ⓒ 굿모닝 충청

차차기 대권 자리의 경우 차기 정권의 성패대한 영향이 절대적이다. 만약 윤석열이 당선되어 그가 임기내내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를 업고 간다면야 가능한 얘기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와 그의 가족들의 행태, 그리고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윤핵관들을 보면 '권력의 사유화'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예상과 달리 정말 그가 말했던 '공정'과 '정의'가 현실화된다면야 더할나위 없이 환영하고 응원하겠지만, 과연 그게 제대로 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쯤되어 뒤늦게 안철수가 국민의힘에게 당했다고 언론에 대고 하소연한들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과 자신의 선거운동을 하다 명을 달리한 동지까지 저버린 그에게 과연 누가 지지를 보내줄까.

ⓒ 연합뉴스

 

그렇다고 윤석열을 한번에 제낄만한 히든카드가 있을까? 없을것이라 본다. 지금까지의 안철수의 '철수행보'를 되짚어 보면 그저 눈 앞의 짧은 방정식으로 계산을 돌렸을 확률이 높다. 이는 지나치게 계산적인 셈법이었다. 안타깝게도 정치는 숫자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아직도 표심을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한 중도층의 유권자들에겐 이번 안철수의 결정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2. 비로소 '정치인 안철수'로서 인정받을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안철수라는 인물이 이제서야 비로소 '정치인'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가 날려먹었지만-. 안철수가 지난 10여 년간 보여준 것이 딱히 없었다. 국민 대다수가 기억할만한 삶을 바꾸는 굵직한 아젠다를 설정하지도 못했고, 국회활동을 하며 인상적인 행적을 남기지도 못했다. 단지, 인물론으로 급부상해 '새정치'라는 키워드를 입으로만 반복하는 껍데기에 가까웠다.

ⓒ 한겨레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맡기기엔 리더쉽도, 전문성도, 카리스마도, 공익적 열망도 턱없이 부족한 모습들이었지만, 이번 대선기간을 통해 상당히 성장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만들었다. 윤석열과의 단일화를 거부하며 보여줬던 그의 결기와 토론회에서 보여준 전문성과 공익적 열망 등은 분명 수준급의 모습이었고 거대양당의 후보들이 이 정도 수준미달이라면 차라리 안철수에게 표를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 시사뉴스

무엇보다 이제서야 안철수가 자신만의 정치를 하나 싶었다.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강력하게 상대후보를 비판하는 그의 모습은 정치인 안철수로써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 원칙을 지킨다는 소신이 강하게 전달되어 오히려 긍정적으로 비춰쳤다. 당장 이번 대선은 어렵더라도 차기엔 그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3. 겉으론 센척하고 뒤로는 비굴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쑈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뒤통수를 쎼게 맞은 느낌이다. 겉으로만 결기있는 척, 소신있는 척 하고 있었지 수면 아래서는 비선들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에 배신감마저 느낀다.

ⓒ 안철수 선거캠프홈페이지

이번 윤석열 안철수의 단일화로 안철수는 정치판에서 '완전철수'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정치생명은 종말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불과 며칠전까지 거대양당정치를 비판하며 다당제 정치와 통합과 합치를 하자고 했던 안철수가, 똑똑한 사람 뽑아쓰면 된다는 윤석열의 말에 똑똑한 사람 가려낼 머리도 없다고 비난했던 안철수가, 윤석열찍으면 일년 뒤에 손가락 자르고 싶을거라고 말했던 안철수가, 자신의 유세차에서 가스유출 사고로 사망한 동지를 떠나보내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완주를 맹세했던 안철수가 윤석열과 단일화를 했다. 그것도 겉으로는 결기있는 척 소신있는 척을 잔뜩 해대면서 뒤로는 비굴하게 자기 잇속 챙기기를 위해 협상을 멈추지 않았다. 고인을 욕보였으며, 나를 포함해 잠시나마 그를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부끄러움, 배신감, 실망감을 안겼다.

ⓒ 안철수 선거캠프홈페이지

 

유시민 작가는 이 단일화를 예상했고, 이미 양쪽에 결집할 표는 모두 결집해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설령 영향을 끼친다 한들 어쩌란 말인가. 어차피 될놈될, 운명인 것을- 그저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하면 그만일 것이다. 다만, 더욱 확고하게 든 생각은 이 모리배같은 정치인들이 한명이라도 더 사라지도록 하는데에 나의 소중한 권한을 행사해야겠다는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 굿바이다. 멀리 안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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