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이기는 방법 - 3줄 일기 쓰기 #1

 
머리가 다치기 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줄줄이 터져나오던 개인적인 문제들...
 
유산, 뇌 수술, 가족의 암 발병, 회사복직과 납득할 수 없었던 회사의 업무배치, 그리고 이어진 과다한 업무들,  그리고 곤두박질 치던 회사의 재정,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월급과 나의 재입원, 끝내 위태로워진 회사의 상황, 
다시 안좋아진 아버지의 건강...
 
안좋게 생각해보면 좋았던 상황들이 정말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어쩌면 우울증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위태로운 상황속에서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끊임없이 불안하고 불만족스럽고 위태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이 주는 이 무기력함 속에서, 이 끝도 없는 추락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오늘부터 일기를 써보려 한다.
 
유튜브를 통해 찾아본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나온 것을 참고한 것이다. 
 

1.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나빴던 일 3가지

1) 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되면서 안좋은 상황들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2) 친구들에게 나의 정신적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들은 그들이다. 나의 얘기들에 반응하지 않거나 스트레스 받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느꼈다.

3) 내일 있을 미팅과 다음주에 있는 영업 회식이 하기 싫었다. 솔직히 내일 있을 미팅은 내가 추진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야하지만, 다음주에 있는 영업 회식은 정말 하기 싫다. 억지로 끌려나가 원치 않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어야 하며,  그 자리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하기싫은 말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난, 그런 자리에 앉고 싶은 상황도 안되고, 그런 자리에 앉기가 정말 싫은데 왜 자꾸 대표가 그런자리에 억지로 앉히는지 모르겠다. 
 

2.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일 3가지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음을 붙잡는 모습이 감사했다. 보내드린 말씀에 '아멘'이라고 답하시는 것도, 아버지가 여전히 유튜브를 즐기시는 모습도, 어머니가 공식 작가로 등단하신것도 너무나 감사했다. 삶의 큰 기쁨이 된다. 

2) 친구들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 2명이 있다. 그 친구들과 따로 대화방을 파서 대화할 수 있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내 상황을 공유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도 이 중 한명이었고, 가장 먼저 메시지로 답장을 한 것도 이 중 한 명이었다.

우열을 가리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진정으로 마음을 써주는 이들에겐 고맙고 감사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과거 한 친구가 아버지를 먼저 떠나 보냈을 때, 나를 찾아왔었고, 다른 친구는 정신적으로 먼저 아픔을 겪었을때 나를 찾아왔었다. 그때 진심으로 이들을 대해줘서 그랬을까. 같은 어려움을 지금 내가 겪고 있으니 이들이 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걸까.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을 미워하고 싶진 않다. 다른 친구들 역시 후에 나처럼 이런 일을 겪게 되면 그때 지금의 내 마음,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될테니까. 그때가 되면 그 친구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3) 오늘 할 일들을 제대로 끝낼 수 있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집중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과거의 집중도가 10이었다면 우울증 이후의 집중도는 현저하게 떨어져 2, 3정도가 되려나. 그래서 일을 처리하는 속도 또한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랫동안 일에 집중하는게 정말 힘들었다. 꾸역꾸역 일을 하긴 했지만, 간만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사업계획서나 제안서 같은 중요한 업무들을 처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내일 꼭 해야할 일 3가지

1) 신규 업무 미팅. 내가 벌리려고 했던 일이니 내가 해야지. 오후 시간대이니 가서 잘 설명하고 와야겠다.

2) 신규 사업 계획안 보고 

3) 소싱 제품 카테고리 서칭해서 3가지 정도로 좁힐 것
 
 
오늘부터 매일 써보려 하는 이 일기가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진심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