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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이준석과 윤석열

by 이슈 관찰자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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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진영에 있던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 정당들의 행태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열렬하게 지지하던 민주당이 결코 상대진영의 인간들과 다를 것이 없음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난 뒤 민주당에 대한 모든 지지를 철회했다. 그렇다고 상대진영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선거가 있다면 나에게 도움이 될 인간이 누구인지를 검토하고 투표할 뿐, 어느 진영에도 결코 동조하지 않겠다 마음 먹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재명의 편도 아니고 윤석열의 편도 아니다. 투표를 할테지만 투표직전까지 누굴 찍을지 고민할 것이다. 이렇게 찍을만한 인간이 없는 대선도 처음인지라 한편으로 이 자체로 나라가 이미 망조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아주경제

요 며칠 펼쳐지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갈등이 꽤나 볼만하다. 그동안 수면 아래로 말은 참 무성했다. 윤석열이 나이어린 이준석을 무시한다, 이준석이 갈등을 만들어낸다 등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윤석열이 예상을 뒤집고 홍준표를 꺽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부터 여론은 윤석열에게 호의적이고 이준석에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윤석열의 건방은 하늘을 찔렀다. 이미 대통령이 된 냥 멋대로 행동하는 꼴은 좀 '의식있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봐도 눈꼴시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파리떼들의 전언정치는 다시 박근혜 최순실 시대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인간들은 여전히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들과 비슷한 수준의 노인네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준석은 이러한 사태가 과거 자한당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던 이준석이 터진 것이 이틀 전이다. 지금 윤석열에 빌붙어 제2의 문고리 멤버들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윤핵관'들의 선거전략은 너무나 구닥다리에 올드한 방식이라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과 몇달 전 2030을 보수로 끌어들이며 재보선의 압승을 만들어낸 주역이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정확하게 찔러야 하는 포인트, 그러니까 의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쳐야 이길 수 있을지를 안다. 이는 이준석의 젊음이 무기인 영역이다. 하지만, 윤석열과 그의 일당들은 이준석을 개무시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선사에 이런 적이 있을까 싶을만큼 이준석은 당대표지만 실패할 대통령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윤석열과 그의 일당들은 이준석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자신들을 거쳐 윤석열을 만나라며 '갑'질을 하려다가 역풍을 뚜드려 맞고 있는 중이다.

ⓒ SBS뉴스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어린게 무슨 정치를 한다고' 무시하던 틀딱들이 지금 그 어린 당대표 하나를 어찌하지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 이는 여든 야든 똑같다. 민주당 역시 대선 경험도 없는 상대진영의 어린 당대표가 무얼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었는데 생각 고쳐먹길 바란다. 여권에 참 많은 팁들을 던저주는 김어준도 갖추지 못한 것이 이준석의 '2030 인사이트'이다. 재보궐의 참패가 조국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던 초선 5적과 부동산 때문이라고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자는 민주당의 기득권 모두 틀렸다. 본질은 양극화이며 그 양극화의 바닥에 '차별'과 '역차별'의 무한루프를 심어놓은 것이 원인이며 전부이다. 그 어떤 정권보다 국민을 젠더별로, 연령별로 갈라지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걸 악랄하게 공략한 이가 이준석이다. 

난 차라리 이준석이 끝까지 윤석열을 보이콧하고 자기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본인의 급을 높이고 주류의 영역에서 맹주로 통하길 바래본다. 윤석열은 아무리 양보해도 절대 대통령 감은 아니다. 홍준표가 떨어진 것이 너무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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