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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미투운동, 그리고 미투의 기준

by 이슈 관찰자 201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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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시대.  

 

2018년의 상반기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이 '미투운동'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한 여성 사회운동가가 시작한 이 미투운동이 국내의 한 여검사의 고발로부터 시작해 국내 전체를 뒤흔들었다. 물론, 현재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의 미투는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한번쯤은 다뤄보고 싶었던 미투를 이 블로그의 첫번째 글로 다뤄본다. 이후 몇 차례 개별 사건들에 대한 내용들로 다룰 예정이긴 하나, 이번 글에선 미투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개략적으로 잡아보려한다. 

 

1. 미투, 시작은 이랬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으나 찾아본 결과, 2006년부터 시작되어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처음 시작한 이는 '타라나 버크'라는 미국의 여성 사회운동가이며, 미국 내 소수 인종 여성들과 아동들이 자신들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피해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에 대해 공감아고 위로하고 연대하며 사회를 바꿔나갈 의도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소수인종 '여성들'이라는 표현이 쓰였으나 최근엔 그 대상의 개념이 '모든 성폭력 피해자'로 확대된 듯 하다. 아마도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미투운동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2. 미투가 '뜬'건 불과 1년전

오랜 역사를 지고 있음에도 미투가 언론에 회자되며 수면위로 급부상 한것은 불과 1년 전, 헐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유명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소위 '뜬' 것은 오래되지 않았으나 그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열풍'이라는 표현이 쓰일정도로 가슴 저 깊은 곳에 응어리져있던 모든 것들이 한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골인 지점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회운동의 특성상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이 운동이 이어지고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3. 국내의 미투, 시작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미투 시작은 현직 여검사의 폭로였다. 이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국내 최대 엘리트 조직, 무소불위의 권력, 그 어떤 이슈에도 흔들림 없던 철옹성과 같은 검찰 조직의 상징성을 생각해 볼때 그렇고, 이후의 국내 미투 운동의 행보에 있어서 그러했다. 첫번째 등장한 폭로자가 현직 여검사라는 점은 이후 폭로자들에게 크나큰 용기가 되었고, 이후 실제로 여러 분야에 걸친(특히나 문화, 예술계) 미투 폭로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인사들의 성폭력 범죄사실은 그 자체로 층격이었고, 정치계로 번진 미투에서 단연 메인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일 것이다. 유력하던 대선 주자의 이면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그의 정치생명은 한방에 끝-. '사전 동의', '애정'등이 말들은 이미 가정적인 이미지를 메이킹했던 그이기에 듣기싫은 변명일 뿐이었다.

 

4. 반대쪽의 목소리

하지만, 이러한 사회 운동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대의 여론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투가 가지는 의미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기 보다는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반대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확인 이전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사회적 사형선고를 받는다. 일단, 지목이 된 뒤의 행위들은 무의미하다. 그 뒤로 무고였다는 것이 밝혀진들 이미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학생들의 불만으로 시작해 성폭력범으로 몰려 목숨을 끊은 대학교수와 고교 수학교사의 사례는 반대쪽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한 젠더간의 대립과 분열, 극단으로 치닫는 혐오주의 등은 미투의 지속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요인이라 본다. 

5. 무엇이 필요한 걸까

이게 어찌보면 우습고, 어찌보면 어이없는 말일수도 있으나 분명, 기준이 필요하다. 모든 성폭력이 반드시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며, 애정 관계에 기반했던 행위가 미투로 둔갑되어서도 안되고, 무조건 여성만 피해자가 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미투와 성폭력을 구분짓는 기준은 '위력'이라고들 하던데, 사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투인지 그 기준에 따라 미투와 그 외의 성범죄를 구분해야 할 때라고 본다. 더 나쁘고, 덜 나쁜 성범죄라는게 있을 수는 없겠으나 분명 미투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 '미투'라 하는 것은 피해자보다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 가해자가 저지르는 인간 이하의 행위로 대체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분명, 미투와 그 외의 건은 다르게 다뤄져야 하고 처벌 역시 그에 합당해야 한다. 

비단 우리 뿐만이 아니다. 미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에서도 똑같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으며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앞서 언급된 미투의 창시자 타라냐 버크는 최근 영국의 텔레그라프에 실린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

2) 피해자가 여성이 많기 때문에 여성이 주도하는 모양이지만 남자들은 적이 아니다.

3)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요구 할 수 없다

4) 명망가들의 미투 참여는 부정적이지 않다

5) 남성이 일상에서 여성을 배제하려고 하는 태도는 해결책이 아니다

 

꽤나 정치적인 수사가 담겨진 느낌이지만, 창시자이니 저런말을 할 권리도 있다. 눈여겨볼 점은 피해자를 여성에 국한하지 않다는 점, 그러면서도 여전히 여성 중심적 사고의 틀 안에서 하는 말이라는 점. 하지만, 분명 일종의 '미투 기준'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을까 싶다. 

 

6. 미투, 성공할까?

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궁금하다. 국내의 미투 운동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니, 사실 이 물음 전에 생각해야할 것이 대체 이 운동에서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라는 점일 것이다. 뭐가 성공일까. 가해자들이 모두 법적인 처벌을 받는것? 법률이 제정되는 것? 단지 물리적으로 보여지는 그러한 것들이 과연 성공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그토록 많이들 말하고 있는 '미투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연대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러한 차원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미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성패의 평가는 보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여야겠지만, 모든지 소비가 자극적이고 빠른 우리의 사회는  이 미투의 본질적인 의미와 성과 보다는 자극적인 피해 내용들만을 철저하게 소비하다가, 이미 내성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포스팅에서는 미투 사건 중, 꼭 한번 다뤄보고 싶었던 '정봉주'건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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