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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불가리스가 코로나를 잡는다고? 뭔가 이상한데?

by 이슈 관찰자 202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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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가 좀 황당한(?) 기사를 접했다. 남양유업이 자사의 발효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 19를 억제한다는 발표를 했따는 것이다. 오4월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 주관하에 펼쳐진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라는 행사에서 발표했다 하는데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가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분석 결과 감기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H1N1)을 99.99% 까시 사멸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 충남대 수의대가 진행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의 저감 효과를 보였다.

 

 

이것만 들으면 불가리스가 엄청난 효과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1년 반 가까운 시간동안 그렇게 잡을려고 뭔 짓을 해도 잡히지 않던 코로나가 고작 저 작은 발효유 하나에 잡힌다고? 라는 의아함이 따라오는 것은 어찌보면 합리적이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좀 황당했다. 진짜? 저게 사실이라고? 그래서 더 확인을 해보니 역시나 100% 신뢰할만한 정보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한국의과학연구원의 포럼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100%신뢰하기엔...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충남대 수의대 모두 사람이 아닌,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의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 질병청에서도 해당 소식이 발표된 뒤,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질병청의 반박 내용은 이러하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은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 어렵다."

늬앙스 적으로 해석하자면 '임상도 안해놓고 무슨 효과? 장난쳐?'라는 느낌- 엄중한 시기에 늘 코로나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국민으로써 질병청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

그래도 이 이슈를 다루고 싶었던 것은 남양유업의 대담함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 19가 막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잠시 또 난리통이었다가 금새 잡히는 바이러스인 줄 알고 다양한 제조사, 그러니까 기업들에서 이른 바 '코로나 마케팅'을 시도하려 한 적이 있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면역력을 앞세운 건강기능식품들과 제약사들이 필두였고 거기에 온갖 건강식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들도 이 때다 싶어 한 몫 단단히 잡아보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다들 눈치보면 조용히 사그라 들었고 이후로도 지금까지 자사의 제품이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감히' 말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심각한 사안에 이를 이익을 위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거의 자멸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걸 남양유업이 했다. 그것도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이다. 더군다나 직접 발표한 것도 아니고 한국의과학연구원이라는 곳의 입을 빌렸다. 행사가 마무리된 뒤엔 그냥 딱 봐도 기획기사로 보이는 기사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이상하다는 직감이 든다. 

한국의과학연구원, 그리고 충남대

이제 나의 자연스러운 의문은 대체 저 한국의과학연구원은 무엇이고, 충남대는 갑자기 또 왜 튀어나온 것인가. 라는 부분으로 향했다. 직감적으로 저 단체들이 남양유업 좋은 일을 시켜주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먼저, 한국의과학연구원. 이름만 듣고 무슨 국가에서 관리하는 연구소인줄 알았다. 찾아보니 주식회사다. 일반 회사라는 뜻이다. 주된 사업 분야는 회사이름 답게 연구업무인데 미생물, 장내세균 등을 연구하는 것이 주업이다. 정리하자면, 미생물, 장내세균 등을 연구하는 비즈니스를 주업으로 삼는 주식회사라는 것이다. 때문에 여타의 국가 연구시설과 달리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닌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곳이고,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연구가 메인 비즈니스인 만큼 이들의 주된 수익모델 역시 기업이나 기관들의 의뢰로 이루어지는 연구나 자문 등이 아닐까 싶다. 

이 대목에서 남양유업과 만난다. 사실, 인터넷 검색만으로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완벽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은 이번 논란이 된 불가리스를 마이크로 바이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동 연구하여 출시한 이력이 있다.

 

또 남양유업 중앙연구소로부터 샘플을 지원받아 다음과 같이 '분유'에 대한 연구도 했었다. 잘 알겠지만 '분유'비즈니스 역시 남양유업의 주력 비즈니스 중 한 축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 자체가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문 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고, 거기서 검증된 결과를 가지고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 또한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각자이 비즈니스를 한 것 뿐이고 이것만을 가지고 문제삼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충남대는 뭘까? 충남대와 남양유업은 어떤 연을 쌓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이렇다할 만한 것은 검색만으로 찾기 어려웠고 충남대 동물의과학연구소의 세미나에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발표한 사례가 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세미나에는 남양유업 뿐만이 아닌 여러 기업들의 관계자들이 발표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이 역시 앞서 말한 한국의과학연구원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상하다.

위의 한국의과학연구원이니 충남대 수의과 연구진이나 모두 연구분야에서는 전문인력들이다. 말 그대로 하루, 이틀 연구를 해본 아마추어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임상도 없었던 이번 연구 결과를 저렇게 언급하는 것이 어떤 파장을 나을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 한계 역시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뜬금없는 심포지움을 열어 저런 류의 발표를 한다는 것이 정말 이례적이며 희안한 현상이라는 거다. 더군다나 특정 제품을 콕 짚어서. 이 제품만 그런 효과가 있다는 류의 발언을 연구자들이 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저 발언으로 인해 누가 혜택을 봤는지를 생각해보면 될 일인거다. 저 발언으로 인해 이득을 본 자. 그래서, 저발언이 매우 쓸모있었을 법한 자. 누구일까. 단연, 남양유업이다.

장 마감타임에 근접해 저 발언이 나온 뒤, 남양유업의 주가는 8.57%가 급증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10%가 상승해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이 역시 석연찮다. 단지 마감 타이밍에 주가를 띄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정도로 치부하기엔 소재가 너무 빅사이즈인데...무슨 이유일까? 코로나로 망가진 실적 때문에? 올해부터 본격화된다던 승계의 일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상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스는 이제 잠깐동안이라도 훨씬 많이 팔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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