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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그날 바다, 그리고 세월호(스포주의)

by 이슈 관찰자 201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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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출근길의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속보를 접했다. 진도 앞바다에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심이 깊지 않고, 배가 아직 물 밖에 나와있는 상황이며, 해경이 출동했다고 하니 이내 탑승자들을 모두 구했다는 기사가 뜰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해 PC를 켜고 뉴스를 확인한 순간, 50여 명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보고 역시나 다들 구조되겠구나 싶었다. 정신없이 일을 쳐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뉴스를 확인한 순간. 아연실색했다. 300여명이 그대로 바다속으로 잠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진행하던 업무가 올 스톱이 되었고, 나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고객사의 담당자들도 모두가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그날을 기억한다. 제주로 향하는 400여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그 날의 기억 말이다.

벌써 4년이 흘렀다. 그 날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선택했다. '그날, 바다'. 김어준이 진행하던 파파이스 프로그램에서 '프로젝트 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하나였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금했고, 20억 4천여 만원의 자금이 모였다. 그만큼 이에 대해 전국민적인 관심과 의심이 덧대어 있었다는 반증일게다. 금새 영화로 탄생할것만 같았던 이 세월호 프로젝트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세상에 나오게된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검증이 필요했던 것일테다. 그 이유는 이 '세월호 참사'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1. 세월호는 무능한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 지난 4년 동안 무능한 지도자가 국가를 얼마나 무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기록적인 사건이 되었다. 

 

2.  '천안함'과 같이 이념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어버렸다.

- 세월호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에 찬성하는 쪽은 반국가적 사상을 지닌 부류로,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마치 애국하는 부류인냥 이념을 구분지어버리는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침몰 원인 - 변침과 과적 - 에 대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대체 정말 어떤 이유로 가라 앉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다큐팀이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관련 기록과 실제 관제센터 및 세월호 AIS 상의 기록, 해군 레이더 등 다양한 기록 장치들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집요하게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반박할 여지가 없어보일 정도로 영화는 완벽하게 정부발 데이터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아마, 영화를 본, 혹은 보게 될 이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발표했던 침몰 시간과 침몰원인, 그 원인의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했던 AIS 기록이 거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다큐팀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세월호의 당일 기록들을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 분석하고, 크로스 체크를 통해 직접적인 침몰 원인으로 세월호의 좌측 앵커를 지목한다. 이 대목에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영화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상세한 이유는 영화를 직접 보길 바란다.

이 이미지 역시 상당히 결정적인 씬이라 생각이 드는데, 이 씬의 의미 역시, 영화를 통해 확인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몇가지 가설들이 튀어나왔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주장했던 '잠수함 충돌설'과 선체 조사단이 발표한 '내부 기계 고장설'등이 그것이다. 이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지만 이런 다양한 주장들 자체가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한 다양한 주장들이 이슈가 되고 그로 인해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대체 왜 그런 일이 발생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좌측 앵커. 영화는 딱 거기까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하였는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했다고 본다. 법리적인 어떠한 권한도 없는 다큐팀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딱 거기까지인 것이다. 있는 데이터들을 비교분석하며, 발표된 기록들과의 대조로 어느 쪽이 잘못된 것인지를 가리는 바로 거기까지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왜 침몰하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여전히 궁금하다. 대체 왜. 무엇때문에. 세월호는 침몰되어야 하였으며, 그 안의 꽃다운 아이들은 그 시커먼 바다 속에 잠들어야 했느냐는 점 말이다. 진정으로 대체 왜 세월호가 가라앉아야 했는지에 대해 가감없는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그것이 이 참사로 인해 희생된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가장 진정어린 추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4년 전의 오늘, 꽃다운 아이들이 바다에서 잠든 오늘을 결코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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